추미애 '남북교환학생 공약'에 尹 돕는 김일성종합대 09학번 일침.."北, 기분나쁠 것"

양범수 기자 2021. 7. 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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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월성 선전 시험에 들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秋, 北을 정상국가로 인지한다는 것만 보여줘"
'2000억 청년평화기금'엔 "北 정권 돕겠다는 것"
"北 공부 다시 하라..알면서 그랬다면 선거 북풍"
"사회주의권 국가 유학생도 北 학생과 접촉 못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 중국 유학 도중 탈북한 김금혁씨가 30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호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남북한 대학교 간 교환학생제’에 대해 “북한도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에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 싱크탱크 ‘상상23′의 통일 분야 연구회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22일 대전시 서구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남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 한 제안을 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를 놀리려는 게 아닌가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추 전 장관의 공약이)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우리(북한)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추 전 장관을 향해 “저걸 공약이라고 내놨나”라고도 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종합대학은 우리 사회에 알려진 것으로만 보면 북한 최고 대학, 북한의 서울대와 같은 대학이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단순히 실력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가장 앞장서서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 가는 대학”이라며 “주체사상 교육이나 다른 선전활동 측면에서 북한의 여타 대학보다 훨씬 충성심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 북한도 그런 학교의 학생들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보내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들을 한국에 보내 공부시키는 순간 북한을 이끌어 나갈 최고의 엘리트들의 생각이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니겠나”고 했다. “서울대가 좋은 대학이기에 북한에서 교환학생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추 전 장관이 김일성종합대학이 갖는 의미와 북한 체제에 기여하는 바를 전혀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최고의 대학과 최고의 대학이라는 기준점만 놓고 판단한 것”이라며 “추 전 장관이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만일 교환학생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학생 간 교류나 대화는 불가능하다”면서 “실제로 김일성종합대학에도 사회주의권 국가 유학생들이 있지만, 대학 당국에서 유학생들이 자국 학생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유학생들은 학교 후문에 있는 유학생 기숙사 내에서만 살 수 있어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동신문은 2013년 10월 2일 북한이 김일성종합대학 설립일(10월 1일)을 맞아 이 대학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대 모습을 형상한 동상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씨는 추 전 장관이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 외에도 ‘포항공대와 김책공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평양예술대학 등 분야별 특화된 대학들의 인재들에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공동학점 이수 및 공동학위 수여, 공동연구에 이르기까지 학문과 연구의 영역을 넓히겠다’고 한 데 대해 “명칭부터 잘못 썼다”고 지적했다. “전부 종합대학들로, (이름은) ‘김책공업종합대’,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한국에 비해 대학 수가 상당히 적어 종합대학만 따지면 10개가 안 된다. 나머지는 전문분야에만 치중된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라며 “그래서 몇 개 안 되는 종합대학이야 말로 북한 체제를 이끌어 나갈 엘리트를 키워내는 교육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그런 이해는 없이 되든 안 되든 던지고 본다는 식의 공약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이 남북한 대학 교환학생을 ‘국공립대로 시작해서 사립대까지 확대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북한엔 사립대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추 전 장관이 2000억원 규모의 ‘청년평화기금’을 조성해 남북한 청년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술 상용화 사업’, ‘4차산업혁명 등 미래신성장산업’, ‘기후위기 대응 활동’, ‘연구 및 개발 사업’ 등에 지원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북한 정권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기술은 해킹이나 핵무기 등 특정 분야에만 특화돼 있어 이러한 기금 조성은 협력이 아니라 일방적 지원을 위한 것으로 교류를 빙자한 대북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추 장관이 북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다시 공부하라”고 했다. “혹시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내놨다면 그것은 북한을 본인의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새로운 형태의 북풍(北風)”이라고도 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 탈북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 싱크탱크인 '희망23' 연구위원을 맡은 김금혁씨. /유튜브 채널 난세일기 캡처

1991년생인 김씨는 북한의 명문인 평양외국어학원(고등중학교 과정)을 거쳐 2009년 김일성종합대 외국어문학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김일성종합대 외국어문학부는 평양외국어대학과 함께 북한 외교관 대부분이 배출되는 곳이다. 할아버지가 노동당 고위 간부를 지냈고, 아버지는 북한과 베이징을 오가며 크게 사업을 벌이는 등 남부럽지 않은 집안 출신이었던 김씨는 2012년 중국에서 유학하던 도중 탈북했다.

한국에 들어온 그는 2013년 고려대에 입학했고, 2017년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를 수료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 김용태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6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청년 특보인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주축이 돼 만든 청년 싱크탱크인 ‘상상23′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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