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널]②급하게 목표가 40%↓..이유는 달랑 한 줄

김민성 기자 2016. 10. 23. 0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삼성전자·한미약품 대형 악재에도 칭찬 일색 이해관계 얽혀 있지만 "언제까지 乙 타령만 하나" 지적도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 <현대차, 신흥시장 수요회복을 기다리며> 목표가 유지. 매수 (9월26일, NH투자증권)

# <영업이익은 국내 파업으로 부진하나 순이익이 중국 이익 증가로 회복> 목표가 유지. 매수 (9월29일, 한국투자증권)

지난달 25일,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 사태가 터진 후 주요 증권사에서 나온 리포트 제목이다. 수십 건의 리포트 중 현대차의 엔진결함을 제목에 언급한 증권사는 찾을 수 없다. 몇몇 리포트에 “리콜 은폐 및 축소 의혹 제기 등과 맞물려 국내시장에서 이미지 회복방안이 필요하다”는 매우 형식적인 코멘트만 내놨다.

최근 한 달간 한미약품,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기업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 세 기업의 주가는 한 달간 곤두박질쳤지만, 주가 전망은 칭찬 일색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약품에 ‘8번째 홈런’ ‘한국의 제넨텍, 원조에 인정받다’ 등의 화려한 제목을 뽑았다. 이후 한미약품이 악재 공시를 늦게 내는 일이 일어나면서, 리스크를 무시하고 호재성 정보에 앞다퉈 목표가를 올렸던 주요 증권사들은 악재성 공시에 게 눈 감추듯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내렸다.

현대증권은 122만원에서 71만원으로 41.8%(51만원) 낮췄다. 유진투자증권은 109만원에서 74만원, 대신증권은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급히 수정했다. 증권사들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계약 반환이 기존 계약의 신약 가치를 재평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만에 목표주가를 40% 넘게 끌어내린 이유는 달랑 한 줄이다.

◇무시했던 씨티증권 리포트가 현실로

매수의견을 유지한 채 목표주가만 하향 조정한 국내 증권사와 다르게 씨티증권은 자신 있게 매도 의견을 냈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증권이 '고평가'라며 매도 의견을 제시하자, KB투자증권이 재반박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씨티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39만4000원. 보고서 제출일 당일 종가(82만6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상수 씨티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가치는 피크세일즈(연간 최대 매출)와 신약 성공률을 글로벌 표준보다 높게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약품의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 가치는 주당 28만원으로 (국내) 시장 컨센서스보다 67%나 낮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 가치를 국내 증권사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한 것이다.

씨티증권의 매도 리포트를 두고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사 중에도 분명히 신약개발의 허점을 잘 아는 연구원이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리포트를 써놓고 그것을 뒤집는 의견을 다시 낸다는 게 용납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상장사와 얽힌 이해관계…“우리는 乙이다

후한 평가에 대한 책임을 애널리스트에게만 묻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평가 대상인 기업이 증권사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평가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증권업계의 침체가 이어져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고민 역시 깊어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지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부족한 것은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가진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쓰면 기관들이 해당 증권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상장사와의 관계에서 을(乙)인 애널리스트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고착화한 갑을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점도 문제다. 그간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리서치가 경영 자율 부문인 만큼 증권사의 입장을 고려해왔지만, 이제는 투자의견이 나오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리서치 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애널리스트 스스로 을(乙)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투자자들도 그런 신세 한탄을 계속 들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ms@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