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애널리스트에 '갑질' 못한다..'자본시장 불합리관행 개선안'

최재원 2016. 5.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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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고서 갈등 중재키로..금융사 창구직원 고위험상품 권유 못해
지난 3월 말 국내 K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에 대해 "면세점 사업이 회사 전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이날 해당 회사 주가는 5% 떨어졌고 이후 나흘 연속 하락했다. 회사 측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리포트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향후 기업 탐방까지 불허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일부 상장기업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 잘못된 관행의 단면이다. 상장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국내 증권사 리서치에선 매도보고서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감독원이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에 적극 나서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의견을 내기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 △올바른 금융상품 판매절차 준수 △발행(공모) 청약제도 실효성 제고 △불공정거래 전력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리서치 보고서 양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금감원이 상장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갈등에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과 4자 간 정기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에서는 상장기업과 애널리스트가 지켜야 할 공통의 통합윤리규정을 제정할 예정이다. '기업이 불합리한 사유로 애널리스트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정보 제공을 막아선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상장기업이나 펀드매니저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보고서를 쓰는 데 인색한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작성 관행 개선도 추진한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분석 대상 회사에 부정적일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매수 의견을 유지할 경우 판단 근거를 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중립이나 매도 의견 보고서를 소신 있게 작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32곳의 종목리포트 투자의견별 평균 비중은 매도가 0.6%, 중립은 14.5%에 불과하다. 나머지 84.9%는 매수 의견 일색이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 16곳의 평균 매도 의견이 15.1%, 중립이 30%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또 고객 투자성향과 상관없이 더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하게 권유하는 관행에도 본격 제동이 걸린다. 금감원은 금융사 창구직원이 고객에게 먼저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투자성향 부적합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다음주부터 각 금융사에 시달한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 위험성향과 부적합한 고위험 상품에 대한 부당 권유행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자본시장법 등에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에서 수수료가 높은 오프라인용 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펀드 온라인 판매기준'을 마련해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기업상장(IPO)이 연말이나 연초에 몰리는 관행을 줄이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회사가 자체 결산한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반영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총에서 확정된 사업보고서(3월 말)나 반기보고서(8월 중순) 기준으로 IPO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해마다 연말께 상장이 집중됐다. 또 공모주 투자를 위해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실제 청약은 하지 않는 기관들로 인한 혼동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 유형별 수요예측 결과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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