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도(Sell) 보고서의 현실

김은령 기자 2015. 10.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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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매도(Sell) 보고서를 반강제적으로 쓰라고 하면 스몰캡에 집중할 수 밖에 없죠. 증권사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으니까요. 매도 보고서를 내놓는다고 공정하고 독립된 투자의견을 내놓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팔라고 조언하는 매도 보고서를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대해 밝힌 견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에 리서치센터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실상 매도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고 나섰다. 전체 보고서 가운데 매도 보고서의 비율이 얼마인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조차 "증권사 매도 보고서가 실종됐다"는 의원실 자료가 나오며 질타가 이어졌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증권사 리서치센터 입장에서도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됐다. 전방위적인 압력에 과거 한두건도 찾기 힘들었던 증권사 매도 보고서는 최근 들어서 간간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증권사 보고서 4801개 가운데 매도 보고서는 34개로 전체의 0.7% 수준이다.

문제는 매도 보고서의 대상이 대부분 중소형주나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주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 200만원을 호가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때나 LG전자가 어닝쇼크를 지속해 주가가 하락할 때나 매도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찾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에서 향후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애널리스트들이 느끼는 더 큰 압박은 큰 기업들의 경우 매도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와 각종 거래를 중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장 자신이 다니는 증권사 수익에 타격이 생기는데 애널리스트가 매도 보고서를 내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매도 보고서가 늘어나면 스몰캡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에게 유효한 투자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매도 보고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매도 보고서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매도 보고서만 늘리라고 하는 것은 증권업계 투자의견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독립적으로 투자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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