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원화 초강세'..환율 1100원선 결국 깨졌다

김정남 2017. 11.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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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환율 1097.5원 마감..올해 1100원 첫 붕괴
원화 초강세 요인 겹쳐..당국 "하락 속도 부담돼"
장중 최저치 1093.0원..당국 개입에 하락폭 줄여
"원화 초강세, 韓 경제 전반 영향 점검할 때 됐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년2개월 만에 1100원대가 붕괴됐다.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최근 나흘간 23.1원이나 급락했다.

외환당국은 장중 한때 1093.0원까지 폭락하자 적극 개입에 나섰고, 추가 하락은 막았다. 일각에서는 원화 강세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경제 전반의 영향을 살펴볼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093.0원까지 환율 급락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9원 하락한(원화가치 상승) 10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연 저점은 전날 기록했던 1101.4원이었다.

환율이 1100원를 하회해 마감한 것은 지난해 9월28일(1096.8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환율 하락 폭은 매우 가파르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2.5원 내린 이후 사흘째 5.8원→10.9원→3.9원 각각 떨어졌다. 4거래일간 23.1원 급락한 것이다.

이날 환율은 지난밤 역외시장 흐름을 반영해 4.4원 하락한 1097.0원에 개장했다. 시작부터 연 저점을 경신했다.

이후 장 초반 낙폭을 1093.0원까지 급격하게 키웠다. 당국은 이때 일부 쏠림현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원화 강세 압력이 워낙 크다보니 시장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러화를 싼 값에 내던지려 하는 데도, 사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거래가 사실상 멈춰버리는 이런 상황은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이 즈음 한 외환당국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환율 레벨보다는 속도에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원화가 강세라는 것은 시장이 우리 경제를 그만큼 평가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면밀히 보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다른 고위당국자도 “시장이 큰 펀더멘털 요인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쏠림현상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그 속도는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같은 ‘코멘트’와 함께 1193원대를 사수하려는, 그러니까 달러화를 매수하는 ‘실개입 물량’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이 1093원까지 확 빠지자 당국의 실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전 중 환율이 1090원 중반대에서 횡보했을 때도 개입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미미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전날만 해도 환율 급락에 적극 개입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그러나 이틀새 20원 가까이 폭락하자, 거래를 트이는 차원에서 미세조정에 나선 것이다.

당국이 속도조절 신호를 주자 환율은 1093.0원을 바닥으로 낙폭을 줄여갔다. 이후 1090원 중후반대에서 횡보했다. 장 마감을 30분여 앞둔 오후 3시께는 1098.4원까지 올랐다. 당국 한 관계자는 “오전 중 일부 쏠림이 감지됐다”면서도 “오후 들어서는 정상적으로 시장 내에서 사고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이 1090원 초반대까지 내리면서 저점 인식에 따른 달러화 매수 수요도 조금씩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3.9원 내린 1097.5원에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한 원화 초강세 기조

그럼에도 환율 레벨 자체는 여전히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 초강세 기조가 바뀐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만큼 재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서프라이즈’ 경제 지표들이 계속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북한 리스크는 완화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 자산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09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9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1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뚫린 이후 다음 레벨은 1090원”이라면서 “지난해 9월 1090원대가 붕괴됐다가 곧바로 회복한 경험이 있어, 일단 1090원에서 지지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당국도 1090원 아래는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90원대를 하회한 것은 지난해 9월7일(1089.7원) 이후 없었다.

한편 이날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산 74억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4.82원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2.59엔,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809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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