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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기고 문 닫으라는 정부 동아일보 | 2017.09.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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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폐점 위기에 놓였다. 영등포역과 서울역의 30년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 정부가 새 사업자를 찾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영등포역사와 서울역 구역사에 대한 국가 귀속을 결정했다. 같은 시기에 허가기간이 끝나는 동인천역사에 대해서는 원상회복, 즉 철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대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에서 관련 유통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를 통보했다.

전국 15개 민자역사 중 서울역 구역사와 영등포역, 동인천역은 점용 허가기간이 완료되는 첫 사례다. 롯데는 1987년 낡은 영등포역을 새로 단장한 뒤 정부로부터 백화점 영업권을 받았다. 30년 후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1991년 영등포점을 열었다. 서울역사는 한화가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화는 2004년부터 롯데마트에 이곳을 임대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대형 점포로 꼽힌다.

국토부는 이들 역사의 새로운 점용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경쟁 입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기존 사업자의 점용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박일하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기존 건물 전체를 상업시설로 쓸지, 일부를 창업 공간 등 다른 공익적 목적으로 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기존 유통사업자가 점용 연장을 원한다면 경쟁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고 했다.

재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최장 10년까지만 임차를 할 수 있다. 신규 사업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또 국가 시설은 재임대가 불가능하다. 식당가, 미용실, 병원 등에 20%가량을 임대하는 백화점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롯데다. 당장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4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중 롯데 소속은 500여 명이다. 나머지는 입점업체 판매사원 등이어서 점포가 없어지면 사라지는 일자리다. 폐점과 재선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은 ‘제2의 면세점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았을 때도 직원 1000명이 6개월간 순환 휴직 등을 통해 일손을 놓아야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가 결정에 당연히 따를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점용 만료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당황스럽다”고 했다. 백화점 식당가,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임대 상인들도 “생계를 내버리라는 소리냐”며 격앙된 상태다.

롯데와 한화는 이미 2014년부터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요청해왔다. 관련법상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되면 원상회복, 국가 귀속, 점용 기간 연장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새 사업자를 선정하면 일자리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선로·역사 등을 수익사업보다는 공공시설로서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쓰겠다’고 공약해왔다.

다만 기존 점용 사업자와 계약해 입점한 소규모 점포들을 퇴거시킬지에 대해서는 국토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자역사 처리방안에 대한 공식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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