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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후한 최저임금에 숙식비까지..그마저도 해외송금 매일경제 | 진영태,이영욱,안갑성 | 2017.07.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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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의 역설 ◆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대한 중소·중견업체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경기가 크게 나아질 조짐이 없는데 무슨 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느냐는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끓어오른 상태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했던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과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7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 결과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재 구조의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시내 상점가의 한 영업점에 구직공고가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시내 상점가의 한 영업점에 구직공고가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된 지 이틀이 지나면서 중소기업 CEO들은 높은 인상률에 대해 한결같이 '소탐대실'이라며 중소기업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한 업체일수록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말문이 막힌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 포천에서 전자제품 부품을 제조하는 A사도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제조라인 직원 30명 중 10명 이상을 외국인 노동자로 고용하고 있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 1인당 월평균 240만원을 주고 있는데 결정된 인상률대로라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하는데 이 중 평일 40시간은 최저임금으로, 잔업은 1.5배를 받고 있다. 늦은 야근이나 주말근무에는 평시의 2배 임금이 적용된다. A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갑자기 1000원 이상 올라 7530원까지 치고 올라오니 너무 당황스럽다"며 "인상액을 계산해보면 내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1인당 월 3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인건비 절약 때문에 고용했는데 내년부터 인원 조정을 검토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15개국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최근 4년간 20만명이 증가했는데, 산업별로 광업·제조업(43만7000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19만명)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고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까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정부는 추측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제조·서비스 분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매번 외국인 노동자 신청접수를 하면 평균 2대1로 항상 수요가 쿼터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최저임금 급등이 중견·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죽이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기업계에선 외국에 비해 불합리한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논의조차하지 않았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화장품 용기업체 Y업체 대표는 "외국과 한국 임금 특징의 차이점이 숙식비와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대기업은 이미 리스크가 큰 부분을 모두 외주화해 영향이 없겠지만, 외국인 노동자 숙소까지 제공하는 중소기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에는 불량품 선별작업 등 단순 반복 직무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최저임금이 16.4% 올랐다고 전 직원 임금을 똑같이 다 올려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근속연수에 따라 처우에 차등을 둬 왔는데 이제 장기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직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변기 부속품을 생산하는 와토스코리아 송공석 대표는 "생산성이 같이 가지 않으면 임금 인상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진 1~2% 보던 중소기업은 결국 수익성이 '0'이 되는 셈"이라며 "소탐대실 아닌가. 정치인 생색내려다 여러 사업을 말아먹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견업체들은 당장 타격은 아니더라도 이번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도미노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 내 중견 가구제조사 F사 공장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직후 오늘 오전에 긴급회의를 열고 앞으론 최저임금 관련 문제는 별도로 사장 보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중견업체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공장에는 현재 80여 명의 생산인력 중 10%가량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국내 소비에 기여하기보다 모국으로 송금을 하는 비중이 높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만 받을 뿐 내수 진작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 외 숙식비를 별도로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남의 한 제조 중기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본사 사옥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따로 제공하고 있고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숙식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부 부담을 지우는 업체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기업계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간신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진영태 기자 / 이영욱 기자 /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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