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050억 회사, 일년간 실제 번 현금은 마이너스?

김건우 기자 입력 2014. 10. 22. 17:31 수정 2014. 10. 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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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신청 모뉴엘 재무제표 뜯어보니.. 매출처 한 곳당 수천억원에 가공매출 의혹도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법정관리 신청 모뉴엘 재무제표 뜯어보니… 매출처 한 곳당 수천억원에 가공매출 의혹도]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생활가전 전문기업 모뉴엘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만큼 건실한 기업으로 알려졌던 터라 가전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 기업은행 등에 갚아야할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농협은 해당 채권을 부도 처리했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 이익상실'로 처리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규모가 총 5000억원 수준이어서 금융권의 피해도 불가피해 보인다.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홍석 대표와, 최근 퇴사한 창업자 원덕연 부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모뉴엘은 2007년 241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1409억원으로 급증했다. 주요 매출원은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홈시어터PC였다.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로봇청소기, 제빵기 등 생활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업계는 수출 비중이 높았던 모뉴엘이 물품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2013년 감사보고서(별도 기준)에 따르면 1조원이 넘는 매출액이 3개 거래처에서 나오고 있다. 정확한 거래처는 알 수 없지만 거래규모가 각 회사당 2500~4300억원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모뉴엘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점에서 가공 매출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모뉴엘은 최근 3년간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회사에 들어온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입은 300억원에 못 미친다. 예컨대 2013년 매출 1조1409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5억원 마이너스였다. 사실상 제대로 판매가 이뤄진 게 아니라 해외 법인에 넘긴 가공매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모뉴엘은 해외 매출의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계열사와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법인과 가공매출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기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뉴엘은 재고 자산 규모가 최근 3년새 급증했다. 2010년 266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지난해 1458억원으로 448% 급증했다. 제품의 재고자산만 1278억원에 달한다.

또 모뉴엘은 차입금을 늘리면서 회사를 운영했다. 2010년 323억원이었던 부채총계는 지난해 2057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산업은행 210억원, 농협 99억원, 수협은행 50억원 등 금융권 등에서 계속 돈을 끌어다 썼다.

모뉴엘은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서 할인해서 현금화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의 수출물량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무보가 보증을 해준 금액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과 무보 등 보증기관들과의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빚은 계속 늘어나 금융권 부채만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 50억원(2013년 기준)이 넘는 이자를 지급하면서 재무구조가 더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매출 1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사실상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점에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며 "하청업체와 금융기관의 피해가 예상돼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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