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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폐지에 혼란 공공기관은 눈치작전 중 매일경제 | 윤원섭 | 2017.09.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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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뒤집어보기-124]
자율이 어색한 공공기관…이제는 바뀌었다는 정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자율책임경영'으로 전환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부까지만 해도 정부가 공공기관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는데, 문재인정부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며 주요 결정 사안에 대해 발을 빼자 공공기관들이 눈치만 보며 결정장애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성과연봉제 도입과 폐지다.

한국전력 나주 본사사옥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사옥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정부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했고, 한전 직원들은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따라 기본급의 20%(174억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지난 6월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식 선언한 후 한전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정부는 각 공공기관이 노사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 유지 혹은 변경을 결정하라는 방침이지만, 한전은 눈치만 보고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직원들이 지급받은 인센티브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는 지침을 제시해 와서 이를 따랐는데, 이제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연봉제로 전환한 119개 공공기관이 대부분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 유지 혹은 변경, 인센티브 환급 여부 등 을 두고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을 원하고 있으나 정부는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자율'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 유지 여부 △이미 지급된 인센티브의 환급 여부 △환급된 인센티브의 사용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공공기관에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고 공공기관이 이를 따르는 방식이었는데, 이제 자율적으로 결정을 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성과연봉제의 이행기한을 없애고 시행 방안과 시기를 공공기관별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전 등 노사 합의로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71개 공공기관은 다시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 유지 또는 변경할 것을 권했다. 조폐공사 등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48개 공공기관은 이사회 의결로 종전 보수체계로 환원 혹은 변경을 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공공기관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간 측면이 많지만, 앞으로 공공기관 정책의 큰 원칙은 자율과 책임이 될 것"이라며 "과거 같이 정부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공공기관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 국정과제는 '자율책임경영'이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폐기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자 내년에 직무급제 중심의 새로운 보수체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주는 보상체계다.

기재부는 한국노동연구원과 공공기관의 새로운 보수체계에 대한 연구용역 계약을 이번주 내로 체결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구체적으로 노동연구원에 직무급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공공기관 유형별 보수체계 표준모델을 개발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재부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각 공공기관이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보수체계 운용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작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119개 공공기관은 최근 들어 속속 연공서열 중심 보수체계(호봉제)로 복귀하고 있거나 아직 눈치만 보며 성과연봉제 유지 혹은 변경 중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호봉제 복귀는 공공기관 임금 개혁의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직무급제 중심 임금모델을 각 공공기관들이 각자 특성에 맞게 노사 합의하에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선 공공기관이 해당 모델을 자체 사정에 맞게 일부 수정해 도입하는 것도 독려할 계획이다. 과거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 사실상 강제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다시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윤원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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