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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역학관계 변화 오나 서울경제 | 노희영기자 | 2012-08-19 18:15:10
이집트 대통령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중동 지역 역학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종교적ㆍ정치적 이유로 반목하던 이집트와 이란 사이에 해빙 모드가 조성되는 한편 이집트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독자적 행보를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입김이 본격적으로 약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오는 3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란을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평화조약 체결 및 이란의 이슬람혁명에 따른 국교 단절 이후 처음이다.

NAM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냉전 블록의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주의를 외교기조로 삼는 국가들의 모임으로 이집트는 이번 회의에서 NAM 순회의장직을 이란에 넘길 예정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집트 '아랍의 봄' 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한 후 이슬람주의자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래 이집트와 이란 간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무르시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내전 중재를 위한 연락그룹을 제안하면서 시리아의 강력한 동맹국인 이란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정상회의 중 대통령직에 오른 뒤 처음으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만난 무르시가 친밀한 모습으로 악수와 키스를 교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르시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이 이집트가 중동 지역의 정치무대에 복귀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 약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동 지역 전문 정치학자 무스타파 카멜 엘사예드는 "이번 방문은 이집트가 서방세력이나 이들과 결탁한 걸프 산유국들의 이해논리에서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집트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 3위의 경제국이자 대표적 친미 국가로 자리매김해온 이집트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이란과 경제적ㆍ정치적 협력 강화에 나설 경우 중동 지역에서의 미국의 입김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무르시의 이번 행보는 최근 이라크ㆍ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이란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며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미국의 입김 아래 중동에서 사실상 고립됐던 이란이 역내 입지를 점차 넓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는 이란에 달러 유입이 가능하도록 자국 금융기관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국의 경제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협력해왔다. 또 앞서 열린 OIC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과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웃는 모습이 포착돼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로 오랫동안 경쟁해온 양국이 화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이슬람 수니파가 주도하는 이집트에서는 이란 국민 90% 이상이 믿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자 및 적으로 간주하는 만큼 종교 간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양국 간 긴장감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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