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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업 자금조달엔 ‘숨통’ 가계빚엔 ‘양날의 칼’ 경향신문 | 박재현·김형규 기자 | 2012-07-12 22:00:18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 환경을 좋게 한다. 이자가 줄면서 가계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완화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물경제 개선 효과가 실제로 언제, 얼마만큼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가계는 돈 빌리기가 쉬워져 가뜩이나 줄지 않는 가계빚 규모를 늘릴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을 자극해 서민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중은행도 이르면 다음주부터 대출·예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인다. 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자금조달이나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0.02%포인트 올리고, 내년에는 효과가 더 커져 0.09%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국내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해석돼 증시 폭락의 원인이 됐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채권금리가 급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 때문이었다. 하반기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 효과가 기업의 자금사정을 어느 정도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기업이 겪는 자금난은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은행이 돈 빌려주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은행의 입장에 따라 기업 대출시장에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떨어졌고, 외국인은 주식을 대량매도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한국 경제의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에 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이자 부담이 준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9조5000억원이다. 신용대출 만기도래액 추정치 18조5000억원을 합하면 올해 만기도래액은 약 98조원이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3분기 38까지 치솟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면 가계부채의 위험도는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가계빚 1000조원 시대'에 금리 인하는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전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과잉공급이 가계부채 몸집을 불린 만큼 유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하는 근본적인 처방과는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는 3년 평균 0.5% 정도 늘 수 있다"면서도 "가계대출이 부동산 가격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금리 인하는 물가에 '악재'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로 내년 소비자물가가 0.03%포인트 올라갈 수 있겠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큰 혼동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은 3.7%로 물가상승률(2.2%)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하반기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전·월세 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박재현·김형규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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